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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수사반* [사건파일: 잠뜰 실종사건]

 아무도 없는 고요한 사무실.

 늘 휴가 없이 바쁘게 보내던 미스터리 수사반이었지만 그날은 개미 한마리가 없으며 고요한 적막만 사무실을 맴돌았다.

 

 

 "아무도 없네."

 

 

 조용한 사무실에 제일 처음 발을 들인건 다름 아닌 수현이었다. 다들 어딜 간거지?  사건도 없는데다 조사하러 나갈일이 없는데도 조용한 사무실이 이상할 뿐이었다.

 

 

  "어?"

 

 

 매번 사건파일로 가득한 잠뜰의 책상은 그날따라 텅 비워진채 종이 한장만 열린 창문으로 들어오는 바람에 휘날리고 있었다. 왠일로 경위님 책상이 깨끗하네. 혹시나 다른 경찰서로 갑자기 가게되신걸까 하고 의심하던때였다.

 

 

 "수경사."

 

 "아, 각경사님. 좋은 아침이에요."

 

 "어. 사무실은 무슨일이지?"

 

 

 출근하려고 왔겠죠? 사무실에 온 이유를 물어보는 각별을 수현은 이해할 수 없었다.

 

 

 "출근?"

 

 

 의아한 표정으로 각별은 수현에게 자신의 책상에 있던 출동하라는 쪽지를 보여줬다.

 

 

"아직 소식을 듣지 못한 모양이지?"

 

 

 각별은 수현을 이끌고 어디론가 향했다.

 

 여기야. 각별이 수현을 끌고 간 곳에는 나머지 수사반 팀원들이 있었다.

 

 

 "경사님 이제 오시네요?"

 

 

 덕개가 다가와 수현에게 사건 파일을 건넸다. 경사님,초동수사보고서예요.

 

 

 "여긴 특별수사본부. 중학생 여자애 한명이 실종 됐어. 이름은.."

 

 "잠..뜰?"

 

 

 뜻 밖의 이름에 수현은 초동수사보고서에 적힌 이름을 가르키며 말했다. 동명이인인가요?  혹시나 하는 마음에 급하게 물어봤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그리 좋지 않은 방향이었다.

 

 

 "아닌 거 같아. 생년월일이 정확히 일치해."

 

 "하지만, 지금은 1995년이에요. 경위님은 70년생이시고.. 중학생일 수가 없는데요?"

 

 "그래서 우리도 혼란스럽다는 거야."

 

 

 분명 경찰서도 그대로고, 경위님 자리까지 그대론데.. 논리적으로 이게 말이 돼?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상황에 미스터리 수사반은 혼란스러워하고 있었다.

 

 

 "혹시 저희가 과거로 돌아간거 아닐까요? 저희만 과거로 돌아온거죠."

 

 

 말도 안돼.. 수현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손사래 쳤다.

 

 * 공룡이 머릿속의 지식을 탐구 중입니다...

 '시간여행중 하나인 과거여행은 과거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거나 과거의 흔적이 있는 곳을 돌아보는 일을 말합니다. 과거여행을 하기 위해선 시공간을 구부려야 하므로 일반적인 시공간에서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렇대요"

 

 "봐. 이게 가능한 일이야?"

 

 

 잠시만요. 대화하는 미스터리 수사반을 보고 있던 라더가 입을 뗐다. 

 

 

 "이게 진짜 현실이면, 누님.. 아니 경위님 위험한거 아닙니까?"

 

 "헉.. 그래요 일단 경위님부터 찾고 봐요!"

 

 

 덕개가 맞장구쳤다. 그래, 일단 잠경위님 찾고 생각해보자.

 

미스터리 수사반은 모여서 회의를 시작했다.

 

 

 "경위님이 중학생이라면 지금 몇년도일까?"

 

 "83년~85년 사이요."

 

 "보고서에 적혀있어. 1985년 10월 8일 화요일."

 

 

 미스터리 수사반이 마지막으로 정상적 퇴근을 했던건 1995년 10월 7일. 정확히 10년전으로 돌아간 것이다.

 

 

 "보고서에는 장례식 도중에 사라져서 5일간 집에 오지 않았다고 되어 있네요?"

 

 

 수현이 천천히 초동수사보고서를 읽어내려갔다.

 

 

 "장례식이라.. 누구 장례식이었을까?"

 

 

 잠뜰은 원래부터 자신의 얘기를 잘 하지않는 성격이었다. 미스터리 수사반도 약 1년 가까이 가장 옆에서 지낸 사람들이었으나 잠뜰의 속을 알기란 쉽지 않았다.

 

 

 먼 길을 돌아야 할 듯한게 예상되는 사건이었다.

 


 

 

 "엄마.."

 

 

 잠뜰은 천천히 '그 곳'으로 걸어갔다. 꽤나 먼 곳이었으나 대중교통을 이용할 돈이 없었던 잠뜰은 3시간을 꼬박 걸어야 했다.

 

 

 "내가 꼭.. 복수해줄게."

 

 

 난 절대로 지지 않아. 잠뜰이 도착한 곳은 다름아닌 어느 골목이었다. 엄마는 할머니를 뵈러가는 길이었고, 할머니댁으로 가려면 무조건 이 골목을 지나야 해. 잠뜰은 진지하게 추리를 하기 시작했다.

 

 

 "계획적인 범죄였어. 하지만 용의자를 특정할 증거는 하나도 안 나왔지."

 

 

 무슨짓을 한거야..

 

 골목은 좁지도, 그렇다고 넓은 곳도 아니었으나 방어를 하기엔 충분한 공간이었다. 그러나 방어흔적은 시신에서도, 골목에서도 나오지 않았다.

 

 *사건을 재구성 합니..

 

 재구성을 잠뜰 뒤로 말소리가 들려왔다. 경위님 조부모님 댁이 이쪽인가요? 여기서 저 골목을 돌면 나와. 적지 않은 수의 사람들이 잠뜰의 쪽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짠! 여기서.."

 

 "어?"

 

 

 미스터리 수사반은 당황한듯 한 얼굴로 서로와 잠뜰을 번갈아봤다.

 

 

 저 아이.. 경위님이랑 닮지 않았어요? 진짜 닮긴 했네. 서로 눈치를 보며 수군대기 시작한 미스터리 수사반을 수상하게 여긴 잠뜰은 뒷걸음질치기 시작했다.

 

 

 "가..가까이 오지마세요."

 

 "혹시 잠뜰.."

 

 "어..어떻게..? 누구세요! 당신들 누군데!"

 

 

 미스터리 수사반이 아무리 설명해도 경계심을 풀지 않자 수현이 나서서 잠뜰을 진정시켰다.

 

 

 "그래서.. 저를 왜 형사님들이 찾으시는거죠?"

 

 "...저희는.. 1995년에서 왔어요."

 

 "네?"

 

 

 수현의 말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잠뜰이 의문을 표하자 미스터리 수사반은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결국 공룡이 나서서 설명하기 시작했다.

 

 

 "저희도 모르겠어요. 사건이 들어와서 보니까 경위님.. 그러니까 잠뜰..양이 실종되었다고 했거든요."

 

 "제가요?"

 

 "그냥 동명이인이면 몰라도 생년월일까지 같아요. 근데 경위님은 지금 중학생이실수가 없어요. 지금은.. 1995년이니까.."

 

 "그럼 형사님들께서 10년전으로 왔다는..그런 말을 하는거에요?"

 

 

 공룡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아!! 줄곧 조용하던 라더가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라경장? 무슨일인가?"

 

 

 깜작 놀라 아무 말도 못하고 있는 팀원들을 대신해 수현이 질문했다.

 

 

 "누님이 중학생때 어머니가 돌아가셨었어요. 아마 이맘때쯤이었던거 같은데.. 가을 즈음이었거든요!"

 

 "라더..?"

 

 "저 기억하세요?!"

 

 "이제보니까.. 라더가 맞는거 같네. 머리가 빨개서 못알아봤어...요"

 

 "에이, 반말 쓰세요. 그나저나 왜 실종 되신거에요?"

 

 

 내가? 아까부터 왜 자꾸 실종얘기를.. 내가 실종될 일이 뭐가 있어.. 시간여행이 가능하다는것도 아직 못 믿겠는데 왜 자꾸 실종타령이야?

 

 

 "아무래도 착오가 있었던 모양이네요"

 

 

 각별이 보고서를 넘기며 말했다. 실종이 아니라 가출인가 보죠? 의외라는 듯 덕개가 놀라며 각별의 말에 덧 붙였다.

 

 

  "그럼 경위님 5일동안 집에 안들어가셨어요?!"

 

 "집? 일주일은 넘은거 같은데요."

 

 "바보냐? 장례식 하는동안 집에 있었겠냐고."

 

 

 아! 공룡이 덕개를 쥐어박자 덕개가 짜증을 냈다.

 

 

 "여기서 이러고 있지 말고, 좋은 곳으로 가서 얘기 해요 형사님."

 

 "좋은 곳?"

 

 


 

 

 잠뜰이 미스터리 수사반과 함께 간 곳은 마을에서 가장 높은 전망대였다.

 

 

 "와! 각경사님! 마음이 탁 트이지 않아요? 무지개도 떠있네!!"

 

 "글쎄."

 

 

각별은 커피를 마시며 덕개의 해맑은 질문을 잘라버렸다. 경사님! 좀 맞장구 쳐줄 생각은 전혀 없으신거에요? 없다. 그만 물어봐라. 아 경사님~!! 투닥거리는 각별과 덕개를 흐뭇하게 바라보던 수현은 잠뜰에게 말을 걸었다.

 

경위님. 물어볼게 있어요. 수현은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경위님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저희에게 '경위님'이 아닌 '잠뜰'의 이야기를 하지 않으셨잖아요."

 

 "그랬나요.."

 

 "저는 어쩌면, 저희가 과거의 경위님을 만나게 된게 운명이 아닐까 싶어요. 현재의 저희를 경위님과 만나게 해줄 열쇠..라고 할까요. 지금의 운명을 만든 결정적인 연결고리였던거죠."

 

 "연결고리.."

 

 "...저희가 다시 '현재'로 돌아갔을때, 그때의 경위님은 저희를 기억하실까요? 아니면 그냥 '꿈'으로 존재하게 될까요"

 

 "잘은 모르겠지만.. 10년 뒤 저라면 형사님들을 기억할 것 같아요. '현재'가 저를 만나지 않은 과거의 미래였다면 다시 돌아가셨을땐 저를 만난 과거의 미래이지 않을까 싶은데. 운명이라는게 왜 있겠어요."

 

 

 잠뜰과 수현은 진지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경위님. 하나만 더 물어봐도 될까요?"

 

 "얼마든지요."

 

 "경찰이 되고 싶으세요?"

 

 

 경찰. 경찰이라.. 아무런 힘도, 의미도 없는 직업이라고 여겼었다. 그냥 할 줄 아는게 없는 사람들로. 잠뜰은 깊은 고민에 빠졌다. 결론에 도달하고 나서야 자신의 진심을 깨달았다.

 

 

 "그래. 나는 경찰이 되어야겠어. 이 능력으로.. 잘못된 일을 바로잡고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잠뜰은 수현과 미스터리 수사반 팀원들을 쳐다보았다.

 

 잠뜰은 '현재'의 잠뜰경위로 돌아왔다. 수현은 놀라 아무말도 하지 않았고 뒤따라 잠뜰을 본 미스터리 수사반도 말 없이 잠뜰을 바라만 보았다.

 

주변은 푸른빛이 감쌌고 잠뜰과 미스터리 수사반은 정신이 흐려졌다.

 

 정신을 차린 미스터리 수사반은 오후의 햇빛이 내리쬐는 사무실이었다.

 

 

 "다들.. 단체로 자는건가?"

 

 

 비몽사몽한 미스터리 수사반에게 말을 걸어온 목소리의 주인공은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잠뜰이었다.

 

 

 "뭐하나 자네들. 일 안하고 농땡이 피우나?"

 

 "아..아닙니다."

 

 

 아직도 어리둥절한 미스터리 수사반이었다.

 

 

 "저, 경위님."

 

 

 공경장. 입에 묻은 침이나 닦고 말하게. 잠뜰은 커피를 공룡 자리에 놓으며 말했다.

 

 

 "경위님 중학생때, 저희 ..만난 적 있습니까?"

 

 "..."

 

 

자리에 앉던 잠뜰이 잠시 멈칫하더니 미스터리 수사반을 보며 웃음지었다.

 

 

 "자네들.. 단체로 시간여행이라도 하고 온 모양이지?"